Life
W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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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잡담 공간입니다.
비 소식에 서둘러 화초를 정리하고 물 청소를 했다. 비내리는 동안 창틀 청소까지 하면 완벽해진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쯤 되니 우리집 초록이들이 탄력을 받아 폭풍 성장중이다. 무거워진 잔가지 정리와 함께 물 샤워까지 시켜주니 파란 이파리가 반짝 거린다. 화초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한달만 지나도 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 되지 않는다는 것을....예쁘게 키우려면 손이 제법 가지만, 힐링이 되니 놓지 못하는 일.
<나빌레라>를 뒤늦게 시청했다. 수개월 전 1화 중간까지만 보고 급 흥미가 떨어져서 다른 드라마로 갈아탔는데...이번에는 그냥...애매한 시간에 시간 떼우기 용으로 생각 없이 시청 재개를 눌렀다가....눌렀다가....눌렀다가...ㅠㅠ 3일 순삭,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마지막회 보다가 찜통 이불 속에서 눈물 콧물까지 다 쏟고ㅋㅋㅋ... 니체님 말씀에 의하면 읽은 후 세상이 달라보이는 책을 읽으라고 했던가...이 드라마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여운이 길게 남는다. 더 나이들기 전에 보길 잘했다.
피아노는 선생님 사정으로 레슨이 잠시 중단되었다. 연습할 과제를 받아놓고 부르크뮐러를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곡이 정말정말 좋다. 내 어린시절 레슨 당시에 들어보지 못했던 작곡가였는데, 동갑인 같이사는 남자는 어린시절 배웠던 작곡가라 한다. (뭐지...?^^) 악보읽기는 쉽지만 악상 살려 정상 빠르기로 치기엔 하나도 안 쉬운 곡들을 매일매일 신나게 연습하고 있다. 내 손이 기억하도록...내 몸이 기억하도록 말이다. 다시 만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려야지^^
초등 아이 덕분에 리코더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급 관심이 생겨 내 리코더까지 구입했는데 맘껏 집에서 불기엔 아파트 단지내 소음이... 민원 들어오는 건 시간 문제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우리가 아는 뻔한 리코더는 소프라노 리코더라 고음이 아주그냥.....ㅋㅋㅋ 아이에게 우리집 창고에 들어가서 한번 불어보라 하니 소리가 제법 많이 차단되었다. 그걸 확인 한 후 내 눈이 반짝반짝^^ 저 창고를 비우고 셀프 방음방을 만들면 어떨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매일 매일 그곳을 노려보고 있다. 공간이 작아 피아노까지 넣기는 어렵지만 기타랑 리코더 정도는 맘껏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도메인을 샀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다시 만드는 중이다. 과거의 작업들은 미련없이 버리고...새로운 것들로 채워볼까 한다. 한달 째 씨름중인데 마감이 없으니 자꾸 늘어진다. 피아노도 쳐야하고 밥도, 빨래도 해야하고 ㅋㅋ 이런저런 핑계들로 자꾸 미뤄지고 있지만. 이것 또한 내 삶이니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내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고 올해 안으로 블로그에서 이사갈 계획.
아이학교 콩쿨 준비로 인해 갑자기 아이가 해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정작 도전해 보겠다며 선택한 당사자인 아이는 룰루랄라인데 엄마인 나만 스트레스를 왕창왕창 받고 있다. 도전을 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거 아닌가..--> 이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ㅋㅋㅋ 열 걸음 떨어져 지켜보며 믿고 응원해주자 매일 다짐한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오더라고...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무작정 부족해도 들이밀어....
--<나빌레라> 대사 중에서--
<지난 한 달>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운동하고, 친구를 만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지난 한달 간 친정엄마의 병원 입원과 둘째 언니의 건강을 염려하느라 정신줄을 붙들고 있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엄마는 조금씩 좋아지시고 있다. 둘째 언니 역시 지금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는 된 듯 하고...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나았을까? 그 어떤 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 시간이 길어지니 무기력이 왔다. 엄마가 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몸은 더 바빠지겠지만....
<팬텀싱어>
그 어떤 것도 눈에도 귀에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었는데...그 사이 팬텀싱어 시즌4가 시작되었다. 와우~!! 과거에도 나답지 않게 본방송을 열심히 챙겨보았던 TV프로그램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반가운 마음에 TV를 켜고 쇼파에 앉았으나 마음은 딴 데 있고...ㅜㅜ 널브러져서 영혼없이 시청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세를 똑바로 고쳐앉게 된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중반정도 넘어가면 우리집 남자 어린이도 내 곁에 바른 자세로 앉게 되고, 후반부쯤 접어들면 둘이 함께 물개박수를 치면서 본다. 요즘 나의 유일한 낙.
<걷는 봄>
잡생각 떨치기용 만보걷기 미션중. 매일 매일 걷는다. 계단은 천천히. 오르막길은 빨리 걷는다. 오늘같이 황사가 심할 땐 집에서 걷는다. 생각을 정리하고, 잡념 없애는 데에는 혼자 걷기만한 게 없는듯. 진짜 열심히 걷는데 이상하게 나는 땀이 나지 않는다. 땀나는 운동도 하고싶은데...
걸으며 듣는 내 플레이리스트
J.Brahams, Scherzo in C minor From the F-A-E Sonata
Dancing With Your Ghost (Sasha Alex Slian)
Dangerously (Charlie Puth)
Always Remember Us This Way (Noelle Johnson)
To Find You (Sing Street)
When We Were Young (Adele)
Last Canival (Acoustic Cafe)
Circle of Life ( Lindiwe Mkhize, Lebo M)
그때 그 아인 {김필)
비와당신(이무진)
백야 (짙은)
모든 날, 모든 순간 (폴킴)
만약에(태연)
바람기역(나얼)
어른(Sondia)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거야 (W & Whale)
끝
<그리는 삶>
2005년에 만들어서 17년을 유지해오던 내 포트폴리오 개인 홈페이지가 닫혔다. 도메인 만료, 그리고 호스팅 만료 예정 메일을 받았지만 더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을까봐 백업도 안했고,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오래 고민했고 17년 근속한 정든 직장을 퇴사하는 기분으로 무겁게 결정했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한 시대에 개인 홈페이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고... 근데...왜이리 허전하지? ㅋㅋㅋ 소중히 다뤄온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내내 마음이 좋지 않다.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아지트>
새 피아노를 들였다. 마음은 방음방에 어쿠스틱 피아노지만 현실은 디지털.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아이가 고른 야마하를 구입하여 거실 한 쪽 예전 카시오 자리에 놓고, 오래된 카시오는 내 방으로 옮겼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 치려고 방진매트를 깔고 내 침대와 나란히 두었는데 이게 뭐라고 내 마음이 마구마구 벅차오른다 ㅋㅋㅋ 피아노 아래 공간에는 아이 책상에서 떼어낸 책꽂이를 두었는데 사이즈가 맞춤이다. 그곳에 읽고 싶은 책, 읽고 있는 책들 그리고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을 꽂았다. 침대에 누우면 모든 것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침대와 피아노 사이에 조명까지 설치하고 나니 너무 완벽해서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같이사는 남자가 보더니 <이거 완전 아지트잖아?!! 오호...진짜 멋진데?>.멋지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교보로 뛰어가서 사온 악보책에 수록된 태연의 <만약에>를 매일 밤 연습하고 있다. 귀 안아픈 헤드폰도 새로 사야할 거 같은데....
<사랑의 이해>
자막켜고 모든 대사를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애정하던 드라마가 끝이났다. 불면에 괴로워하던 밤. 재미있으면 쭉 보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1회를 본 다음부터 매일밤 숨죽이고 이불속에서 혼자 시청했다. 처음엔 가벼운 연애 이야기인가? 싶어 웃으며 보기 시작했는데, 14,15회 부터는 음... 왜이리 술이 땡기던지.^^ 술 끊었는데 오밤중에 소주사러 뛰어 나갈뻔했다 ㅋㅋㅋ 마지막회에선 담배는 어떤 감정일때 피는걸까? 란 생각을 해보기도.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해서 정신 못차려 보는것도 <나의 아저씨> 이후로 두번째다. 여운이 길게 남아 사이해 앓이가 좀 오래 갈 것 같다. TV말고 라디오만 듣던 내가 드라마 보면서 이러고 있다니 ㅋㅋ 내가 요즘 스트레스가 없나보구나! 라는 좋은 사인으로 받아들이이고 있다. 다시 1회부터 보면서...디테일에 흠칫! 작가가 천재인가?
<술>
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술에 약하지만 술을 즐겼던 내가 못 마시게 되니 솔직히 좀 힘들때가 있다. 살다보면 감정이 말랑해지고 싶은 순간이 가끔 있단 말이지. 무알콜로 달래다가 맛이 없어서 이젠 그 조차도 끊었다. 그랬더니 좀...낙이 없다고 할까? 맥주가 주는 짜릿함이, 소주가 주는 위로가, 칵테일이 주는 분위기가, 와인이 주는 묵직한 감정이...술은 삶의 조미료 같다. 감칠맛이 빠지니 단조롭다. 이 단조로움이 가끔은 얼마나 날 우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친정 엄마랑은 아주아주 가끔^^
엑기스라고 쓰여있는 통에서 꺼낸 복분자술을 홀짝홀짝 나눠마신다 ㅋㅋㅋㅋ
그걸 핑계로 삼아 엄마를 더 자주 찾아뵈야겠다.
엄마랑 마시는 술은 약일꺼야...암 그렇고말고^^
엄마가 올해로 만77세가 되셨다.
엄마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그리는 삶 말고 일단은 함께하는 삶을 더 살아보기로.
서른 두 번째글
끝.
<취미수학>
뒤늦게 피아노에 빠져서 오랜 시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럼 수학공부는? 음... 영어 공부는? 역시나 음..... 고등수학 들어가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매일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앞부분을 홀딱 까먹어 버린다. 뭔가 열심히 풀었고, 연필로 슥슥 적어놓은 숫자와 기호도 예전보다 멋져보이고, 게다가 풀이가 다 맞았음에도! 하루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몽땅 내 기억에서 지워져있다. 왜...왜지? 내 수학공부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혹은 내 수학머리의 용량 문제인가? 아니면 선생님이 필요해진건가? 암튼 그래서 잠깐 멈추고 방황중이다.
<선생님>
멀리 돌고 돌아 작년 10월 문화센터 레슨 등록을 계기로 34년만에 진짜 피아노앞에 앉았던 날을 기억한다. 오랜시간동안 멈춰있던 내 심장이 그날부터 다시 뛰기 시작한 것 같다. 야호! 드디어 내게 피아노 선생님이 생겼구나! 17년 전부터 시도했던 피아노 독학은 모두 헛짓이었다는 사실을 레슨 일주일만에 깨달았다. 돈과 시간 낭비, 시간이 가장 아까웠다. 악기를 배우고 싶으면 가장 먼저 선생님을 찾아가라는 말은 역시 진리. 성인이 되서..아니 더 늦게 갱년기에 접어들며 다시 시작한 피아노는 손가락 관절 통증에 가끔씩 고비가 오지만 피아노곡을 찾아듣고 그 일부를 연주하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다. 무엇보다 이 나이에 레슨 선생님 앞에서 뇌 정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독학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하고 넘어갔을 부분을 반복 또 반복해서 내 손이 기억하게 만들었다. 누가 보면 대단한 곡이라도 연주했나보다 하겠지? 바이엘이었는데ㅋㅋㅋ 바이엘 가장 끝곡인 106번! 최대 고비를 넘기고 체르니로 들어가 다시 쉽게 몸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2월부터는 주 2회. 회당 두시간으로 레슨시간을 늘렸다.
<어쩌면 수학도>
피아노같다. 하농은 연산훈련이고 바이엘은 초등수학, 체르니 100,30은 중등수학. 악보 마디마다 끝없이 반복되는 분수.^^ 마치 진짜 수학, 진짜 연주다운 연주를 하기 위한 근육을 만드는 과정 같다. 선생님께서는 요즘 아이들이 치는 간추린 교재가 아닌 오리지널 바이엘106곡, 체르니100,30곡으로 빠짐없이 기본기를 잘 다져놓은 후 그 다음 레슨방향을 결정하자고 하셨다. 마치 수학에 왕도가 없다는 말 같다. 피아노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ㅎㅎ
<그렇다면 수학도>
이제는 선생님이 필요한 게 아닐까? 중간 점검해주는 코칭 없이 혼자 앞만보고 달렸더니 길을 잃은듯하다. 제대로 들어선 길일지도 모르나 확신이 없고. 수학 쫌 잘하는 같이사는 이과남자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더더욱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시중에 나와있는 개념서과 수험서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 학습서들의 방향은 대부분 대입 수능을 향해 있다. 내가 수학을 하는 목적과는 방향이 많이 다르긴 한데 그렇다고 내 방향을 내가 아느냐? 절대ㅋㅋㅋ( 내가 그걸 알면....ㅠㅠ ) 지금내가 가고 있는 길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길로 그냥 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시작은>
단순했다. 크게 아프고 나니 내가 언젠가는 떠나게 될 이 세상에 호기심이 생겼고, 남편 말대로 수학을 잘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철학책을 읽다가, 과학책을 읽다가, 아이의 학습을 도와주다가...그냥 갑자기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냐고? ㅎㅎㅎ 글쎄...수학은 하나도 모르지만,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긴 했다. 감정적이었던 성격도,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의 마음도, 나의 불안도, 뜨겁게 올라오는 화 조차도 마치 함수 같아서 x에 이것저것 대입해보게 된다. 왜이래....병인가...
<주절주절...>
우리집 어린이가 개학을 해서....ㅋㅋ 내가 말이 많구나. 오랜만에 주어진 세시간의 자유시간이 끝나간다.
어쿠스틱 피아노 사고싶음 병은 여전히 앓고 있고.....
아파트는 포기가 안되고......
방음 시설 할 돈이면 그돈 보태서 더 좋은 피아노를 사고싶고...
좋은 피아노에서 칠 연주 실력은 또 못되고 ㅋㅋㅋㅋ
에혀.............이러니 이 병이 낫질 않아.
서른 하나글 끝
+춥다
갑자기 춥다. 겨울 옷을 사야 하는데......나에겐 쇼핑도 어렵다. 대체 나란 사람에게 쉬운 게 뭐니...
+ 자신감 뿜!뿜!
요즘은 꼬마를 볼 때마다 이런 아이라면 다섯도 키우겠다는 말이 가끔 나온다. ㅋㅋㅋ 밝아오는 새벽 빛을 가장 두려워했던....그 좀비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내 인생에서 최고로 어려웠던 것이 조금씩 쉬워지기도 하는구나. 쇼핑도 좀 쉬워지기를...ㅋㅋ
+60개의 노른자
나는 매번 같은 달걀을 구입하는데, 최근 구입한 달걀 삼십 개 짜리 한 판에는 모두 쌍란이 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쌍란이라 처음 열 개 까지는 로또를 사야겠다며 (근데 안샀다) 호들갑을 떨 정도로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스무개 쯤 먹고 나니 그 신기함은 무뎌지고 일반 달걀보다 맛이 없다는 생각에 달걀 반찬에 손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나의 냉장고엔 열 개의 달걀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스무개의 노른자가 남았다는 말이군...ㅠㅠ 어우...맛없어.
+마법사 엄마
구입한 달걀이 쌍란 임을 알게 된 엄마는 아이를 주방으로 불러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 달걀을 딱 5초!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본 후 깨면 노른자가 두개로 나뉘어져 있을거라 했더니...'에이~~~설마...' 그러나 엄마의 5초 째려보기 능력을 한번 두번 세번 재차 확인한 아이는 믿을 수 없었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혼란스러워 했고, 엄마는 노른자가 두개로 나뉜 신기한 달걀을 3일 동안 보여주면서 그 능력을 과시했다. 때문에 3일 연달아 달걀 반찬을 먹었다는 것은 안 비밀.
+내 상상력은 내가 알아서 할게
단 5초만에 노른자를 두 개로 변신 시켜 주는, 쓸 데 없지만 신기한 능력을 가진 엄마는...달걀 스무 개 깼을 때 쯤 꼬마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우리 엄마 또 저래..또 노른자 두개 만들었네...재밌냐?> 뭐 이런 반응 ㅠㅠ. 꼬마의 반응이 시큰둥 해지니 나도 재미가 없어져서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사실은....이야기를 다 들은 꼬마가 말한다.
"거짓말하면 나쁜거라며, 근데 엄마는 왜 거짓말했어?"
"(옴마야) 헐...그런가? 근데 거짓말 이라기 보다는...엄마는 그냥 너의 상 상력을 위해서 ... 근데 재밌지 않았어???"
"음..쫌 신기하긴 했어. 근데 내 상상력은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 안그 래도 돼"
"어........그....그 으 래 (어이없어 ㅎㅎ)"
꼬마와의 대화가 점점 무서워진다. 어려운 거 또 하나 늘었네. 흑
+내년계획
짐 하나를 덜었다. 그래 너는 너의 상상력을 책임져라. 나는 내 상상력이나 책임질게. 정말 그래야만 한다. 계획이 없던 올해와 다르게 내년엔 매우 타이트한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초딩 일학년 엄마가 되면, 내 시간이 많이 부족해질 테니까....어흑. 내가 내가 아니게 된 지가 너무 오래 되서 온전한 나로 되돌아오기가 힘들다. 이런 내가 걱정이 되서 견딜 수가 없다. 내년엔 정말 내 걱정이나 해야지.
+10월의 마지막 밤
<잊혀진 계절>을 한 곡도 안듣고 10월을 떠나보낸 적이 없었는데...올해는 한 곡도 못들었다. 아니..일부러 안들었다. 이맘때 아빠를 보내드려서 그런지...이 차가운 계절이 슬프고 자꾸만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멍 때리는 것도 오늘까지만...
+ 우돌카페
요즘은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보온병에 커피를 내려 가방에 챙겨두는 것이다. 요즘처럼 볕은 뜨겁고 그늘은 시원한 가을 날씨에는 야외 그늘에서 홀짝이는 따뜻한? 아니..뜨거운 커피나 홍차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일 뻔한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부터는 따라놓고 먹을 빨강색 작은 스텐컵도 함께 챙겨다니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 작은 컵 하나가 뭐라고...신기하게도 그 컵을 들고 다닌 후부터 나의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컵에 담아 놓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는 그곳에 앉아있어야만 하니까 ㅎㅎㅎ
+데미안
학창 시절이라 말하던 지난 날에는 그렇게 읽으려도 노력해도 읽혀지지가 않았던 책들이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술술 잘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에밀>이 그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랬다. 오래 전에 억지로 겨우겨우 페이지를 넘겼던 그 책들이 한 문장 한 문장 머리에 쏙쏙 박히면서 재미있게 읽혀지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되니 고전문학에 자꾸 관심이 간다. 물론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이해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니체>가 처음 좌절을 안겨주었고, 동물농장에서 자신감을 안겨준 <오웰>은 후에 더 큰 좌절을 내게 선사하였다. 그 두 분은 잠깐 보류하고 조금은 쉬워보이는 다른 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최근의 선택은 <데미안>.
전자책으로 보다가 흥미가 생겨 종이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중고서점부터 뒤졌다. 이미 전자책으로는 가지고 있으니 새 책을 사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틀을 허탕치고 삼일 째 되는 날 결국 새 책으로 구입했다. <데미안>은 잘 읽히는 듯 하다가 주말이 되니 뒤에서 방황하고 있다. 딱 일주일만 독방에 쳐박혀서 책만 주구장창 읽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헤세의 서문 중에서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별을 바라보거나 책을 들춰 보며 찾지 않고, 내 몸 안의 피가 내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단지, 내 이야기는 즐겁지 않고,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달콤하거나 조화롭지 않다. 그 대신 무의미함과 혼란, 광기, 그리고 꿈의 맛이 난다.마치 자신을 속이며 살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들의 삶처럼 말이다.
< 데미안- 헤르만 헤세 / 이순학 >
+조용한 시간
마음이 여러 갈래일수록 뱉기를 멈추고 침묵한다. 묵언수행? 말을 줄이고, 해왔던 일들을 꾸준히 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냈더니, 무뎌지고 잊혀 져서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집중하는 시간만큼 좋은 치료약은 없는 듯. ^^
+그리는 시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상처까지 건드리며 너덜너덜해지게 파헤칠 것인가? 아니면 최악의 상황 임에도 과장된 상상력을 더해 따뜻하게 미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쓰는 시간보다 그리는 시간이 더 좋은 이유다. 그림은 조금 덜 솔직해져도 되니까......즐겁고 밝게 사기쳐도 되니까...
+두려운 시간
친구가 한 말이다. 너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두려워진다고. 어떤 안 좋은 사건이 또 생기려고 이럴까 싶어서 그 행복이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근데... 지금 행복하다면 일단 즐겨! 친구야.
+따뜻한 시간
매일 버스를 탄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탄다. 갈 때는 나 혼자, 올 때는 둘이 온다. 처음엔 꼬마와 버스를 이용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멀미가 심하다) 이제는 아주 재미있는 하루 일과 중 하나. 한파에도 폭설이나 폭우가 내리는 날도 다르지 않다. 따뜻한 손을 잡고 내리막을 뛰어 내려오는 시간과,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간들이 언젠가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면서...... 그리는 시간보다도 더 좋아하게 된 시간이다.
<그림 재료는 저렴한 것일수록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휴지는 비싼 것일수록 삶이 만족스러워 진다> 라고 지난 2017년 노트에 적혀 있었다. 뒤에 <내 잡생각 타임> 이라는 글과 함께. 아마도 화장실에 앉아서 했던 생각임에 틀림이 없다 ㅋㅋㅋㅋㅋ 이때 이후로 두루마리 휴지는 가장 비싼 거! 말고 한 단계 아래^^ 것을 고른다.
+깊은 생각
나이 사십을 넘기면서부터 <어른으로 사는 것> 더 정확히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안 늙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말 잘 늙어가고 싶다. 이상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삶의 멘토를 만나고 싶은데, 세상에는 닮고 싶은 어른보다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이 더 많다는 게 참 아쉽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게 될까?
+이유있는 혼삶
그리는 이유는 내가 존재하는구나를 느끼려고 하는 것이고, 쓰는 이유는 훗날 너(꼬마)의 사십대와 만나고 싶어서 이고, 읽는 이유는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 이고, 듣는 이유는 마음을 청소하기 위함이며, 마시는 이유는 위로받기 위함이다. 나는 이렇게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간다. (잘 늙어가고 싶은거랑 참 멀어보이는 혼삶..ㅋㅋㅋ.)
+세상을 보는 눈
안경을 새로 맞추니 만성 두통이 사라지고, 혼삶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랬더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내 세상을 바꾸는 힘! 이제부터는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겠어! 오예에~~
+난 이 일을 한 번도 싫어했던 적이 없어요.
오래 전부터 수첩에 간단하게 생각을 메모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는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주절주절 쓰기도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주제 정도만 짧게 적어 둔다. 그렇게 메모한 것을 그림으로 그릴지 아니면 글로 적을지는 나중에 결정한다. 그 수첩 속 내용을 보다보니 유난히 여러 번 적혀있는 메모가 있었는데, <난 이 일을 한 번도 싫어했던 적이 없어요>였다. 전에 본 다큐 영화 주인공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아......나도 그런데......’ 라고 혼잣말을 했었다. 그리고 자동으로 따라오는 한숨소리. 으흐흐. 요즘은 이 글을 여러 번 적었던 그 순간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왠지 앞으로도 수십 번 수백 번 같은 메모를 하게 되겠지. 훗날 삶의 끝 즈음에 같은 말을 또 한번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초록색 터틀넥 티셔츠
내가 무척 좋아했던 초록색 터틀넥 티셔츠가 있었다. 구입 당시에는 그 옷이 어떻게 입어도 색이 너무 튀어서 한동안 입고 다니지 못했었다. 장 속에 처박힌 내 충동 구매의 결과물을 볼 때마다 그 선택을 후회하곤 했었는데, 그 계절이 끝나가던 어느 날 큰맘 먹고 집어 든 그 초록 옷에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과감하게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나갔다. 그날의 컨셉은 <에라 모르겠다 패션>. 그러나 너무 튈까 걱정했던 내 우려와는 달리 현관문을 나서고 큰 길로 접어들 무렵 이상하게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쌀쌀했던 날씨, 드문드문 약하게 느껴졌던 미세한 봄바람이 그날 따라 나한테만 부는 기분? 정말 그랬다. 세월이 지나 낡은 옷을 버리고 새로운 초록 터틀넥을 어렵게 다시 구입했는데... 목 따갑고 간지럽고....ㅜㅜ 이번 것은 실패다. 초록색 간절히 사고 싶네...ㅋㅋ
+호잇!
호잇! 이것은 기상 기합이다. 즐겁고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엄마인 나는 호잇! 하면서 앙 팔을 앞으로 뻗고 강시 처럼 일어난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옆에서 뒹굴던 꼬마가 웃지 않을 수가 없는 자세가 되는데 그 때 꼬마가 엄마를 뒤에서 힘껏 밀어 올려 주어야 한다. 이렇게 호잇으로 시작된 아침효과는 그 날 하루의 기분을 죄우 할 정도로 중요하다. 오늘도 즐겁게 호잇!